2015년도에 있었던 일로, 사실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어쨌든 테일러 스위프트와 니키 미나즈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다.
니키 미나즈는 남성 래퍼들이 판을 치던 힙합 음악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여성 래퍼다.
하지만 남성 래퍼들을 무찔렀다고 생각한 니키 미나즈 앞에는 또다른 벽이 있었는데... 바로 인종이다.
비욘세와 니키 미나즈가 함께 찍은 <Feeling Myself> 뮤직비디오가 VMA 어워드 '올해의 비디오' 항목에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하자 화가 난 니키 언니는 분노의 트위터를 날렸다.
<"그" 인종의 여자가 기록 갱신하고 문화적 임팩트가 있는 비디오를 냈더라면 노미네이트 됐겠지>
<깡마른 여자 몸을 찬양하는 비디오를 만들면 '올해의 비디오' 상에 노미네이트 될 수 있답니다~^^>
VMA 올해의 비디오 상에 어떤 기준으로 노미네이트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여성 래퍼 탑인 니키 미나즈와 무려 팝스타 거물급인 비욘세가 콜라보했는데도 노미네이트를 못받았다는 건 충분히 의심스럽긴 하다.
게다가 백인들이 <우리가 우월해>라는 마인드로 행동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 니키 미나즈 입장에서는 충분히 열받았을 법 함.
근데 웃긴 건 여기서 갑자기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전형적인 백인 여성 테일러 스위프트가 발작버튼 눌려버렸다는 것.
<나는 널 좋아하고 지지한 죄밖에 없어. 여성들끼리 물고 뜯고 하는 건 너답지 않아. 남자들이 니 상을 가로챘을 수도 있는건데...>
자, 일단 니키 미나즈가 열심히 VMA를 저격하고 있는데 갑자기 테일러가 나타나서 태그한 것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화살의 방향을 '백인'에서 '남자들'에게로 돌리자?
갑자기..?
물론 테일러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니키가 말한 <깡마른> <"그" 인종의 여자>인 테일러 스위프트는 VMA 올해의 비디오 상에 노미네이트까지 받았던 지라 적잖이 뜨끔했을 것이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 뿐 아니라 마일리 사이러스 등등 다른 깡마른 백인 여성 아티스트들도 이후 인터뷰 등을 통해 니키 미나즈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국 니키 미나즈의 트위터에 모든 깡마른 백인 여성 아티스트들이 뜨끔했지만, 테일러만 총대를 매고 나서서 싸운 것.
그 이유는 (1)테일러만 혼자 머리가 꽃밭이라서 (2)테일러는 니키 미나즈 따위 이길 자신이 있어서.
뭐 어찌됐던 게다가 니키는 테일러 1도 언급 안했는데 갑자기 <나는 너를 좋아한 죄밖에 없어...> 이ㅈㄹ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니 니키로써는 당황할 수밖에.
<엥? 너 내 트윗 제대로 읽긴 했니? 나 너 얘기 한 거 아닌데. 응 나도 너 사랑해~ 근데 너도 인종 문제에 대해 얘기좀 해봐.>
예상대로 니키 언니 분노하던 와중 굉장히 어이 털러벼림.
하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는 팝스타 중에서도 유독 팬이 극성 맞기로 유명하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테일러 팬들이 우르르 물려와서 쌍욕을 박기 때문에 천하의 니키언니도 말을 굉장히 조심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단 테일러가 <널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흑흑> 을 시전해놨기 때문에 여기서 말 잘못하면 니키는 순진무구한 피해자 테일러를 아무 이유없이 저격해버린 천하의 나쁜년이 되어버릴 게 뻔하다.
빌보드 최강 여성 래퍼 언니도 팝스타 테일러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는 모습이다.
<내가 우승하면 나랑 같이 무대에서 공연하자! 내 무대에 너를 초대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빙그레 썅년이라고 들어보셧나요... 빙썅..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난 아직도 니가 왜 나를 태그했는지가 의문임...>
<테일러 스위프트 저격한 거 아님. 디스한 거 아님. 미디어들의 노림수일 뿐, 거기에 놀아나지 맙시다.>
니키 미나즈는 아직도 테일러 꽃밭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테일러 팬들에게 느닷없이 얻어맞으니까 정신이 혼미해진 모양이다.
<내 저격글인 줄 알았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오해했고 착각했고 잘못 말했어. 미안해 니키ㅠ>
사실 머리 꽃밭인 척 했지만 이거 정말 고단수의 여우짓이다.
상대방이 내 욕하는 것 같을 때 같이 화내고 맞서 싸우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것이다.
누가 내 욕 하자마자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엉어엉어어어엉 난 널 좋아한 죄밖에 없는데ㅜㅜㅜ 내가 뭘 잘못했어ㅠㅜㅜㅜ??? 너무해ㅠㅠㅠ> 라고 울면서 소리지르면, 먼저 잘못한 사람이 누구이던 간에 나는 피해자가 되어버리고 상대방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거다.
끝까지 <응응 다 내잘못ㅜㅜ! 너무너무 미안해>를 시전하며 착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그렇게 말해준다니 감동이야, 테일러. 고마워 💗💗💗>
<나는 테일러를 늘 좋아했어. 실수야 누구나 하는거고 이번 일을 통해 나는 테일러를 존중하게 됐어. 이제 끝~ 더 얘기하지마>
네.. 결국 테일러 하트하트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하면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잃은 건 아무것도 없다. VMA가 기껏 나를 노미네이트 해줬는데 니키가 그런 VMA를 디스한다? 내가 욕먹을 삘이다? 바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함으로써 니키를 나쁜 년으로 만들어버리기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욕이나 거친 말은 하나도 없이 <난 널 사랑해^^>만 했기 때문에 착한 이미지도 사수했다.
VMA 입장에서도 테일러 노미네이트 했다는 이유로 욕 먹을 뻔했는데 갑자기 테일러가 나서서 모든 것을 정리해준 덕분에 욕 안 먹을 수 있었고, 그렇게 따지면 잃은 건 니키 미나즈밖에 없다.
오해 다 풀고 니키랑 테일러가 같이 VMA 콜라보 무대도 했는데요? 다 잘 된거 아닌가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니키 미나즈가 애초에 이야기를 꺼낸 게 VMA의 <인종 차별> 문제 제기였는데 테일러가 끼어들면서 논지가 흐려져버린 거다.
결국 니키 미나즈는 제대로 문제 제기도 못하고 욕만 먹다가 끝난 셈이다.
역시 미국 최고의 팝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여우짓을 할 깜냥은 되어야 하나보다.
그리고 참고로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 짱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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