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의 갑질 논란 이후 처음으로 컴백한 레드벨벳.
논란 멤버를 안고 갈 경우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안보이는 곳에 수납하거나, <<얘 없으면 안돼>>를 어필하기 위해 오히려 킬링파트를 주거나.
레드벨벳은 후자를 택했다.
앨범 자켓 사진, 무대 동선부터 하다못해 틱톡 퀸덤 챌린지까지도 아이린이 당당히 센터를 차지했다.
아 물론 틱톡이랑 릴스 챌린지에서 아이린이 센터에 섰던 건 전략적인 게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린 센터병은 이미 유명하니까...
근데 사실 나는 아이린이 당사자와 화해까지 한 마당에 갑질 사건으로 탈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남돌들이 그룹을 탈퇴하는 이유는 <마약> <성매매> <소년원 전과> 등 법을 어긴 행위 때문인데, 고작 갑질로 탈퇴까지 요구하기엔 너무 부당하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컴백을 했으니 더욱 이를 갈고 나올 법도 한데...
이건 뭐....
1. 퀸덤 전소연 표절? 이제는 식상한 "왕관 안무"
레드벨벳 퀸덤 전에도 수많은 여돌들이 시도한 왕관 안무는 이제 거의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식상해졌다.
왕관 안무의 "창시자"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가장 주목을 받았던 최초의 왕관 안무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에서 전소연이 보여줬던 자기소개 랩 부분이다.
전소연은 초반부에 보여줬던 이 왕관 안무로 시작해서, "LION"이라는 노래로 아예 스스로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버리는 서사까지 완성했다.
이 이후로 왕관 안무가 우후죽순 생겨나서 모든 여돌들이 노래마다 왕관 하나씩은 쓰고 있는 상황이다.
졸라 지겨워...ㅜ
그래도 안무라는 게 원래 저작권을 만들기도 힘들고.. 요즘 워낙 걸크러시 걸크러시 하니까 뜨고 싶은 걸그룹들은 평타는 치자는 마인드로 넣는구나 싶었다.
근데 이미 케이팝 걸그룹 탑으로 꼽히는 레드벨벳이 그 식상한 걸 하고 있을 줄은...ㅜㅜㅜㅜ
정말 실망함.
2. 엠넷 서바이벌 <퀸덤> 우승자인줄
19년도에 <퀸덤>이라는 엠넷 서바이벌이 방영됐고, 그게 그냥저냥 끝난 것도 아니고 아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 계기로 오마이걸과 (여자)아이들이 완전 떴으니 파급력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가 쓴다?
물론 그 제목 역시 특허 등록 한 것도 아니고 아무나 써도 상관없겠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뜨고 싶어 안달난 중소기획사 신인 걸그룹도 아니고 무려 레드벨벳이 내는 노래 제목 치고는 참..
누가봐도 그 프로그램이 먼저였고, 그 프로그램이 먼저 연상되는데..
심지어 멤버들도 그 노래 제목 듣자마자 그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을텐데...
어지간히 급했나 싶기도 하고 실망스럽다.
3. 전혀 "여왕"답지 않은 여왕노래
오케이, 흔해빠진 왕관 안무에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노래 제목이지만 표절도 아니고 일단 패쓰하자고.
아무리 클리셰 범벅을 한 노래라도 피카부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 정도만 줘도 모든 게 용서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노래 듣자마자 짜게 식음...
여왕을 내건 노래치고는 너무 빱디담빱빰 빠랍뚜 이러고 있다..
데뷔한지 몇 년차인데 아직도
아이스크림!유스크림!김미댓 김미댓 아이스크림!
루끼루끼 마쑤퍼루끼루낄끼
빠빠바빨간맛
덤더머더머더머덤덤
이걸 못벗어나고 있는거다.
이쯤되면 레드벨벳의 한계인가 싶고.. 발전은 없고 맨날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니 이제 슬 질린다.
하다못해 누구보다 큐티러블리로 컨셉 확실하던 트와이스조차 조금씩 조금씩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판에... 레드벨벳은 왜..?
아 이런건가
논란의 주인공을 안고 가기로 했는데 노래마저 망하면 안되니까, 평타는 칠 수 있는 과거 흥행 노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건가?
그랬다면 참 어지간히 불안했나보다 싶음...
참고로 이 생각은 나만 한 게 아니었다.
노래 리뷰로 유명한 해외 음악 평론 사이트 피치포크 Pitchfork에서도 퀸덤을 아주 신랄하게 깠다.
it feels like Red Velvet are uninterested in proving their royal status on this mini-album. No song here is outright bad, and much of their best assets shine through the banalities, but Queendom feels like a signpost of Red Velvet’s former glory. You come to it expecting to meet the royals in the flesh, only to be confronted with their portraits instead.
레드벨벳은 이 미니앨범에서 본인들의 왕권을 증명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여기 실린 노래들은 하나같이 진부하고 예상가능하기 때문에 '나쁜 노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퀸덤은 과거 레드벨벳의 인기곡들의 푯말에 불과하다.
새로운 왕좌의 주인들을 기대하고 노래를 들었지만, 그들의 과거 초상화만 본 기분이다.
Red Velvet: Queendom Album Review | Pitchfork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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