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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리뷰/◆◆◆◇

[로판 리뷰/ ◆◆◆◇] 성스러운 그대 이르시길

by 나비야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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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관계

#먼치킨 남주

#찌통

#혐관

#후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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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줄평

섬세하진 않지만 흡입력있는 애증관계

 

 

2. 줄거리

짐승들에게 피를 먹이면 일시적으로 그 짐승의 눈을 빌릴 수 있는 대마녀.

마녀 족은 대마녀가 짐승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마녀 사냥꾼들을 피해다니며 생존해왔다.

대마녀라는 이름과 달리 리더보다는 재물에 가깝지만, 마녀 사냥꾼들은 이 대마녀가 악의 수장이라고 여겨 잡아죽이려고 한다.

 

맥클라트는 신의 충실한 종이자 마녀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포로들을 심문하는 심문관이다.

그에게 잡힌 대마녀 비에니는 그에게 다른 마녀들의 거처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그녀는 자신을 재물취급해온 마녀 족속에게 맥클라트 못지 않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클라트는 악의 수장인 비에니를 증오하고, 동료들을 팔아 목숨을 연명하는 그녀를 경멸한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악의 수장이라고 칭하기엔 너무나 약하고 벌벌 떠는 비에니에게 맥클라트는 점차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은 호감으로 발전한다.

신의 신실한 종이었던 맥클라트는 그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그 모든 것이 마녀의 사술이라 여기며 비에니를 괴롭힌다.

(물론 이후에 감정을 서서히 자각할수록 후회막심해 하지만..^^)

 

그렇게 둘의 감정은 애증을 기반으로 피어난다.

 

 

3. 등장인물

  • 비에니

비에니는 평생 자신의 피를 재물로 마녀들의 목숨을 살리고, 그것이 죄목이 되어 맥클라트의 포로가 된다.

하지만 마녀들의 재물이 된 것도, 맥클라트의 포로가 된 것도 전부 그녀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된 일이 없는 비에니는 빠르게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무기력하게 순응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맥클라트(와 독자)에게 찌통을 선사하는 모양이다.

 

  • 맥클라트

무뚝뚝하고 경직된 맥클라트는 오직 자신의 신념 하에서만 살아왔다.

마녀 족속을 향한 맹목적인 혐오감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그러나 비에니에게 점점 애정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자 그 모든 것을 비에니의 사술이라고 여기며 괴로워한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신념으로만 살아왔던 그가 변해간다.

 

변해가는 과정에서 과거에 비에니에게 퍼부었던 폭언을 되새기며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건 덤..

 

 

4. 리뷰 ◆◆◆◇

이 소설을 인생작으로 꼽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필력이나 서사에 비해 둘의 감정선이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맥클라트가 일련의 감정 변화를 겪는 과정이 조금 더 세밀하게 나타났다면 내 인생작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좀 아쉬웠다.

 

그렇다고 감정의 변화가 억지스러운 건 아니다.

 

맥클라트에게 비에니는 자신의 신념, 즉 마녀라는 족속은 신의 저주를 받은 악마이며 마냥 악한 존재들이라는, 신념을 무너뜨리고 신을 의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일평생 살아온 삶의 지표와도 같았던 신앙심이 흔들리자 맥클라트는 자연히 또다른 삶의 지표를 찾았고 그것은 비에니가 되었다.

신에게 맹목적이었던 것만큼 비에니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에니 역시 대마녀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평생을 인간 취급은 커녕 재물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

비록 자신을 경멸하긴 하지만 동정심 때문에 자신에게 약간의 배려를 배풀었던 맥클라트가, 비에니에게는 여태껏 만난 이들 중 가장 신사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처음 느끼는 온기는 강렬하기 마련이다, 비록 그게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심문관일지라도.

그러니 비에니가 맥클라트의 마음을 받아준 것도 무리있는 전개는 아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많았지만 뭐가 어찌됐든 필력 하나 만큼은 인정...

 

맥클라트의 감정 서술이 꽤 간지난다. (간지나는 것 뿐이지 감정선 변화가 세밀하게 나타나는 건 아님)

 

우습게도 이것은 혐오감을 동반한 집착이며, 구역질이 치미는 욕망이자, 동정심에서 발현한 관심이었고, 또한 한편생 처음 가져보는 순수였다.

이 모든 것을 연정이라 칭한다면, 그 또한 맞을 터였다.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던 비에니가 문득 내내 맴돌던 생각을 툭 내뱉었다.

"말씀대로, 차라리 죽어버릴 걸 그랬어요."

푸른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차가운 낯빛이 설핏 일그러졌다.

"전부 파괴해주마."

비에니의 눈이 잡힌 손목으로 향했다. 커다란 사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바라는 모든 걸 다 불태워 줄 테니까... 너 하나만 내게 내놓아."
"신도 이 몸뚱이는 거절할 것이라 말씀하셨잖아요."
"신께선 그리하시겠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고저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거두어 한평생 눈 닿는 곳에 두겠다."

비에니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무섭도록 냉담한 맥클라트의 얼굴에는 그녀에게 익숙한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죽을 때 너를 안고 지옥에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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